일기_잡담2023. 7. 24. 12:03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03134 (2017.8.15)

광복절을 맞이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에 대한 묵념 한번 하고, 그러던 중에 어쩌다가 이런 미사일 위기가 왔는가에 대한 망상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김정은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이렇게 하는 것인가, 뭐 이런 쪽으로 흐르다가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써 본다.

자, 이제 북한의 김정은으로 빙의(?) 시작. 싱크로 100%가 불가능한 관계로 남조선 사투리로 생각의 흐름을 시작해 보자.

나는 김정은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대한 영도자라고 할 수 있지.

일단, 나는 미치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멍청하지도 않다. 어릴때부터 외국물 먹으면서 인터넷도 마음대로 썼고(당연히 지금도 마음대로 쓰고 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알고 있다. 돼지처럼 생겼다고 무시하지 마라.

아무튼 그러다가 북한의 지도자가 되었다.

지도자 생활은 꽤 괜찮다. 전 국토가 내 사유지고, 모든 것이 내 사유재산이며, 인민은 (적어도 겉으로는) 나를 신처럼 숭배한다.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먹고 사고 싶은 것 맘대로 해외직구하고 괜찮은 여자가 있으면 내 성노예로 만들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 정권이 유지되는 한 이 권력과 부귀는 계속 세습된다. 이것은 내 휘하의 고관대작들도 마찬가지. 오로지 출신성분이 좋고 나에게 충성하는 자들만이 이런 호사를 누린다. 능력, 실력, 노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남조선 졸부들은 그냥 애교 수준.

그런줄 알았는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나에게 충성하지 않으면서도, 출신성분이 천한데도 호사스럽게 떵떵거리며 사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국외문물과 자본주의 때문이다. 짜증나긴 하는데, 이걸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차단을 해야할 관리들이 부패하여 그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바이 김정일처럼 차근차근 권력기반을 다져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지도자의 위치에 왔기 때문에 정말로 믿을만한 간부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고 통치에 필요한 인적 기반이 확실이 전보다 취약해 졌다. 이것도 문제야 문제. 믿을놈이 대체 누구냐;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사포 총살. 이것은 두가지 효과를 주는데, 하나는 고관대작들에게 나를 배신하면 큰일난다는 공포심을 주고 또하나는 새로이 등장한 자본가들이 권력의 세계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고 현재의 위치에 조용히 호사만 누리면서 찌그러져 있게 만들 수 있다. 오오 괜찮은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지금까지 3대에 걸쳐 너무나 많은 인민들을 괴롭히고 죽여왔지만 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런 내부의 문제를 손보는 일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하는 외부세력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고사포 처형도 비난하고 정치범 수용소도 비난하고 외화벌이를 위한 무기 수출도 비난하고 노동자 수출도 비난하고 그것도 모자라 온갖 제재조치들을 내 놓고 압박한다. 인권이니 뭐니 헛소리 하면서 말이지. 계속 이러니 진짜 못 살겠다구! 나도 좀 살자 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아주 좋은 물건이 있거든. 바로 핵미사일이다! 일단 핵미사일만 가지면 아무도 함부로 못 건드리지. ICBM에 핵탄두가 장착된다 이거야! 지금이야 남조선 군대가 우리가 도발하면 원점타격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우리가 핵미사일만 가져봐라. 서울 한복판에 폭격을 해도 찍소리 못한다. 남조선 국민도 우리에겐 찍소리 못하고 정부의 안보무능이라고 들끓겠지. 평화를 원한다면서 그동안 뼈빠지게 벌어온 돈을 다 우리에게 송금해 줄 거야. 이 얼마나 좋으냐! 이걸로 끝이 아니다. 중국놈들도 이제는 국경봉쇄나 원유공급 중단 이런거 못할걸. 그렇게 해서 만약 우리가 망하게 될 것 같으면 혼자 망할 수 없잖아? 북경에 핵미사일 한번 보내주고 망해야지. 이래도 원유공급을 끊을까? 못 끊지. 미국도 함부로 경제제재 못한다. 뉴욕에 핵미사일 맞으면 어쩌려고?

즉, 우리가 핵미사일을 가지게 되는 순간 이 정권의 미래가 보장된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버티면 돼. 영원무궁토록 인민을 마음대로 폭압하며 호사스럽게 사는 거라구! 반면에 우리가 핵을 포기하는 순간, 이 정권의 미래는 외부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된다.

자, 너 같으면 핵미사일 포기할래?

결론은 정해졌다. 핵을 포기하면 우리는 얼마 못가서 무조건 망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의 압박을 못견디면 망하고 견디면 대역전승이다. 북한의 지도자인 내가 고민해야 되는 가장 큰 문제는 핵을 포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다. 핵은 무조건 가질 것인데, 어떻게 해야 이걸 가질 수 있느냐다. 즉, 미국의 압박을 어떻게  잘 견디면서 핵미사일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을 끌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남조선은 어차피 신경 쓸 필요 없다. 보수와 진보만 서로 이간질해 놓으면 자기들끼리 싸우면서 아무것도 못해. 진짜 문제는 오로지 미국, 미국의 예봉을 피하면서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김정은 빙의 종료.

... 써 놓고 보니 뭔가 이거 좀 암울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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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