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28823 (2019.7.3)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최초안 제시 -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는 연합뉴스 기사다. 올해 대비 19.8% 인상. 수치 자체도 어이가 없지만 이 수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도 대단하다. -_-;
최소한 현재 노동 생산성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그에 비해서 임금이 어느 정도로 낮기 때문에 좀 더 인상이 필요하다는 식의 근거가 나왔어야 되지 않나 싶은데, 그런 내용은 없었던 모양이다. 기사에 언급된 몇가지 근거는 대략 아래와 같다.
"최저임금 1만원 요구는 어떤 정치적·이념적 요구도, 무리한 요구도 아니라 한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2019년 우리 사회가 포용할 능력이 있는 적정 수준의 요구"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이라고 두리뭉실하게 언급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이 임금을 감당하면서 "포용"해야 하는 주체가 누굴까? 바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고용주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다. 이들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금 어떤 꼴이 되었는지는 굳이 여기서 설명할 필요 없을 것이다. 사실상 저걸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고숙련 인력을 채용하여 이미 최저임금 이상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기업들이다. 이대로 간다면 나머지 기업들의 폐업과 구조조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소위 "노동계"가 생각하는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의 범위에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만 들어간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나머지는 죽던 말던 상관할 바 아니라는 생각인듯;;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업 경쟁력은 더 이상 발을 붙여서는 안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임금 단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업종이 분명히 있다. 고숙련도를 요하는 고부가가치 업종이다. 주로 재벌기업/대기업이 이러한 분야에 있고 중소기업도 일부 있을 것이다.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 반면에 저임금 장시간을 필요로 하는,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아도 할 수 있는 분야도 엄연히 존재한다. 동네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업종은 이 땅에 발을 붙이면 안되나? 그러면, 그냥 다 폐업하란 말인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함께 그것이 가능하도록 한국 경제의 중추로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해 막대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엄청난 사내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비용을 함께 분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결국 이것이 본심이 아닌가 싶다. 법적 구속력, 즉 공권력을 동원해서 재벌기업들이 가진 소위 "엄청난 사내 유보금"을 털어먹고 싶다는 얘기인 듯. 그런데, 그 사내유보금이라는 항목이 과연 현금으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설마 회사에서 이익이 나면 그 이익을 한푼도 쓰지 않고 통장에 현금으로 다 넣어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이미 장비와 시설에 재투자했을 텐데, 설마 건물 팔고 공장 팔고 그 돈으로 월급 올려달라는 얘기인지;;
내가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나온 소위 "노동계"는 겉으로는 모든 노동자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 근로자의 10% 내외를 차지하는 대기업 정규직을 주로 대변하고 나머지 90%의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인지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미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이 받고 있지만 어쨌든 최저임금을 올림으로써 고용주에 대한 임금인상 압력을 행사하는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때문에 채용을 줄여서 취업준비생들의 취직을 어렵게 만들거나 소상공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줄폐업하는 것 쯤이야 상관할 바는 아닌 모양이고...
이렇게까지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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