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2. 09:24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16553 (2018.6.22)

원문 기사는 여기로

 

기사의 요지는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내용중 비핵화와 관련된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또는 자신이 김정은과 어떤 합의를 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무지개빛 상상을 하는 것보다는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측면이 있는 듯하여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지난 수요일(6월 20일), 미네소타주(州) 덜루스(Duluth)에서 있었던 지지자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합의문의 첫번째 문장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실제로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청중들은 환호했으나, 한가지 문제가 있다.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실제 합의문의 첫번째 문장은 "미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이다. 비핵화가 첫번째 문장에 없었다는 것은 사소한 실수로 간주하고 넘어가자.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김정은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기로 약속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합의문의 내용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Chairman Kim Jong Un reaffirmed his firm and unwavering commitment to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는 문장이 있는데, 그 다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문제점이 보이는 조항이 추가된다.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위의 문장은 김정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이것은 까탈스럽게 단어의 의미를 따지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싱가포르 회담에서 그는 여기에 동의했다)과 "북한 비핵화"에 동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유난히 좋아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의 의미는 이렇다. "북한은 자국의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다. 오직 남한이 비핵화된다는 조건이 만족될 경우에 한해서."

그런데 남한은 핵무기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에 남한은 소위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 핵무기 사용을 포함해서 - 남한을 방위한다는 약속이다. 현재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서 배치되어 있는 주한미군은 2만8천5백명이다.

따라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하면, "그래. 우리가 만든 핵무기를 포기할께. 미국이 남한에 대한 군사적인 지원을 철수하면 곧바로 포기할께." 이런 것이다. 비핵화하고 싶다면 미국이 남한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철회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이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고 핵무기를 전부 포기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 직후 남한과 주한미군이 쉽게 북한을 공격해서 점령할 수도 있을 테니까.

더 큰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수하겠다는 표현 대신 "노력하겠다(work toward)"고 약속한 것이다. 북한은 이 합의문을 우회할 여지가 아주 많고, 과거에도 계속 그런식으로 움직여 왔다.

과거에 미국과 북한이 합의했던 내용은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다. 2005년에 북한은 "현재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개발 프로그램 전체를 포기한다(commited to 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고 합의했었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트럼프의 주장이 틀렸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놀라울 것은 없다. 그러나 만약 그가 자신이 김정은과 어떤 합의를 했는지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외교에 실망할 것이고, 전쟁의 위협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728x90
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