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29357 (2019.7.21)
파기 논란 휩싸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가 뭐기에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항하여 정부에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보이기에, 생각나는 점 몇가지를 적어 본다.
우선, 위의 기사에 나온 GSOMIA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GSOMIA는 군사분야에 관해 우리가 일본과 체결한 유일한 협정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북핵·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체결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검토됐지만 '밀실 추진' 논란이 일면서 서명식 50분 전에 체결을 연기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하는 일이 불거졌다. 협정 체결 이후 한국은 이 협정에 따라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 측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에 관한 기술 제원 분석 자료를 한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주요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분석자료도 일본의 정보 제공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의 다양한 정보 자산을 통해 수집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가 한국 측에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협정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구구절절 설명할 것 없이 먼저 객관식 문제 두개만 풀어 보자. 감정적으로 즉흥적으로 답을 고르지 말고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모범답안은 생략한다.
1. 한국과 일본이 대북 군사정보 공유를 중단할 경우, 가장 큰 이득을 보며 가장 기뻐할 사람은 누구인가?
가. 문재인
나. 신조 아베
다. 김정은
라. 시진핑
마. 도널드 트럼프
바. 블라디미르 푸틴
2. 한국과 일본이 대북 군사정보 공유를 중단할 경우, 안보 측면에서 더 큰 손해를 보는 국가는 어느쪽일까?
가. 한국
나. 일본
구한말에는 "친일"과 "매국"이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여 식민통치를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친일파는 여기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현재에도 친일과 매국이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그냥 맹목적으로 그렇다고 단정하기보다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국이란 어떤 행위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일본이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지 따져보자. 왜 따지냐고? 지금은 구한말이 아니라 21세기니까.
매국행위의 범위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으나, 이견을 최소화하도록 좁은 범위에서 기술해 볼 수는 있다. 즉,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력화하여 자국에 병합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국가, 또는 전쟁상태에 있는 적국에 동조하는 행위"가 매국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위에서 정의한 범위에 현재의 일본을 집어넣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도 미국과 동맹이고 일본도 미국과 동맹이며, 경제적으로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 우리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과거사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현재의 국제질서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일본여행을 가거나 일본제품을 사는 것을 매국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비약이다. 일본이 현재 우리와 전쟁상태는 당연히 아니고, 미국과의 동맹관계까지 무시해가면서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력화하여 일제 식민지 시즌2를 이루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일본에서 생산설비를 들여와 물건을 만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캐논/니콘 카메라로 사진 찍으며 일제 부품이 잔뜩 들어 있는 스마트폰, 노트북, PC를 마음대로 사서 쓰고 일본여행을 다닌 것이다. 일본에 의한 주권 침략을 걱정하면서 헬로키티, 포켓몬, 리라쿠마, 건담 좋아하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감탄하면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해서 일본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한국을 병합하여 일제 식민지 시즌2를 찍고 싶어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일본은 언제부터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까? 수출규제 발표한 그 다음날부터? 지금 일본에 대항하여 싸우자고 웅변을 토하는 사람들은, 수출규제 발표하기 전날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다들 유니클로 옷 입고 캐논 카메라 둘러멘 채 일본행 비행기를 타다가 저 발표 하나로 순식간에 대오각성(?)했다는 얘기인가? -_-;
얼마전에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서 쓴 글에 달린 댓글들에 "의외로 우리나라엔 이데올로기 중독자들이 많다"는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 자체가 이데올로기 중독에 빠진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드는 중이다. -_-;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이런 글을 쓰면 아마도 이데올로기 중독자들이 몰려와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인 반박 대신에 무작정 친일 매국노 토착왜구라는 식의 인신공격을 쏟아낼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뭐, 나 역시 한때는 이데올로기 중독이었던 적이 있어서 그 입장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력화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공식적으로 대한민국과 여전히 교전상태(엄밀히 말하면 휴전)인 국가가 실제로 있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끊임 없이 국지적 군사도발과 해킹 공격을 해 왔으며 궁극의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국가다. 참고로, 그 국가가 일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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