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42810 (2020.10.12)

원문 기사는 여기로

2019년 8월 23일자로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게재된 기고문이다. 소위 "노르딕 모델(Nordic model)"이라고 불리는 스웨덴 경제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에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해 조금 더 더 자세한 얘기들이 있기에 주요 내용을 번역하여 정리해 본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에겐 이 사상을 정의하는 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에 한 좌파 포드캐스트 진행자는 여배우 신시아 닉슨(Cynthia Nixon)에게 "사회주의자라는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에겐 북유럽 스타일의 복지국가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겐 자본가 계급의 소멸과 생산수단의 민주화를 의미하죠." 그 당시 닉슨은 뉴욕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었다.

"사회주의자라는 의미는, 그러니까, 제 경우는 북유럽 모델쪽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머지 선택지가 쿠바, 중국, 베네수엘라인 상황이므로 누구나 이럴 때는 북유럽 복지국가의 전형인 스웨덴을 택한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스웨덴 국민이 신시아 닉슨,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 같은 미국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요한 노르버그(Johan Norberg)는 "그들이 제시하는 모델들과 지향점들이 2~3년내에 굶주림과 살인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스칸디나비아를 거론합니다." 스웨덴이 상당한 수준의 복지국가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노르버그에 따르면, 스웨덴의 복지를 지지하는 힘은 "냉혹한 자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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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버그는 10대 시절에 무정부주의자였다. "좌파도 우파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현대사회를 불편해했었죠. 대규모 사업, 공장, 고속도로,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는 19세기에 그의 조상들이 살았던 단순한 삶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들에 대해 낭만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시골의 생활과 행복해 보이는 농부들의 사진을 보면서요." 나중에 그는 19세기 생활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는 그런 생활이 페니실린, 현대화된 외과수술, 필요한 식량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성 같은 것과 함께 이루어지는 줄 알았죠. 역사 공부가 저를 구했습니다. 북부 스웨덴의 생활에 대한 문헌을 읽으면서, 그들이 환경친화적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으로 매우 일찍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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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에 스웨덴은 이민을 합법화했다. 노르버그는 "그렇게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장 스웨덴을 떠나 미국으로 가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 스웨덴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미국을 지향점으로 간주했으며, 1840년부터 1870년까지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이 집권했다. "그들이 모든 것들을 다 했냈습니다. 재산권을 보호, 개방적인 사업, 자유로운 교역, 그리고 종교와 언론의 자유도 시작되었죠."
 
이후 거의 100년 동안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1960년대가 되면서 스웨덴은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당연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노르버그에게 뉴욕 시장 빌 드 블라시오(Bill de Blasio)가 "세계에 돈은 충분한데 단지 그 돈이 잘못된 손에 들어가 있다"는 주장을 언급했다. 노르버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당시에도 거의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부유하다, 그러니까 이것을 우리가 원하는 사람과 지역에 분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이죠." 이러한 기조는 당시 스웨덴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ic Party)에 만연했다.

"그 당시에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노동 윤리,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업수당만 받고 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죠. 그리고 이후 20년 동안, 1960년부터 1980년까지 GDP 대비 정부 지출이 2배로 늘어났습니다. 스웨덴의 역사가 비정상으로 탈선한 지점이 바로 거기죠." 스웨덴의 복지는 원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계는 "중산층의 생활도 사회주의화"하려고 했다. "세금을 높이고 복지를 증가시켜서 이러한 체계에 끌어들이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집에 페인트칠을 할 사람을 부르는 대신 자신이 집에 있으면서 그 일을 했죠. 필요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줄어들었습니다. 사업가들은 스웨덴을 떠났고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민간 영역의 고용은 감소했고 가처분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은 둔화되었다. 스웨덴 최고의 회사들과 가장 탁월한 인재들이 세금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웨덴을 떠났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스웨덴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실행에는 수년이 걸렸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중도우파 성향의 칼 빌트(Carl Bildt) 수상이었다. 그는 경직된 스웨덴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던 1991년에 집권했다. 노르버그는 빌트가 자유시장의 원리를 이해한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빌트 정부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줄였고, 90%에 달하던 소득세 최고세율을 50% 수준으로 낮췄다. 스웨덴 정부는 통신과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학교 선택권을 도입하는 등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진행했다. 1994년에 사회민주당이 다시 집권했지만, 이렇게 시작된 경제자유화 경향은 이후에도 25년 동안 지속되었다.

노르버그는 "미국 좌파가 스웨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중 하나가 따뜻하고 친근한 - 해고도 없고, 치열한 경쟁도 없고, 오래된 업체를 보호해주는 등 - 요소들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훨씬 규제가 적습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훨씬 치열하고 교역도 자유롭습니다. 스웨덴의 모든 회사는 세계 수준이 되지 못하면 공중분해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라는 명칭과는 거리를 두는 미국 좌파들도 통상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한다. 이 부분에서도 스웨덴을 거론하는 것은 오해다. 노르버그는 "스웨덴의 중산층과 빈곤층에 대한 세금은 미국보다 훨씬 더 높다"고 말한다. "이것이 미국 좌파들이 절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더러운 비밀입니다." 소비, 사회안전, 소득 분야의 비(非)누진세 항목이 스웨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이며 이는 미국보다 16%포인트가 높은 수치다.

스웨덴의 의료체계에 대한 가정도 틀린 경우가 많다. "많은 미국인들이 보편적 무상의료처럼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웨덴의 의료체계는 국가 규모도 아니고 지역별 체계입니다." 스웨덴 의료체계는 고정세율로 걷는 세금으로 운영되며 전체가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의료분야의 생산성과 투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선택의 자유를 확장하고 경쟁을 확대했죠." 미국 민주당은 사적 의료보험을 폐지하고 싶어한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큰 병원이 민영 병원입니다. 의료 일선에 있는 기관들도 상당수가 민영입니다."

노르버그는 스웨덴 경제에 사회주의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수많은 규제들과 강력한 노조는 아직도 살아남아 스웨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식적인 최저임금은 없으나, 실질적인 임금은 높다. "한동안 이 부분은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전부 망했으니까요." 이러한 구조는 "교육수준이 높고 스웨덴어에 능통한, 동질성이 높은 구성원들"이 대부분일 때는 괜찮았지만, 저숙련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무너졌다. 중동에서 대규모 이민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이민에 반대하는 정당이 커지고 있죠." 극우성향의 스웨덴 민주당을 막기 위해 사회민주당은 현재 광범위한 연합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노르버그는 부자에 대한 세금 축소, 노동시장 규제 완화, 주거 자유화 등이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스웨덴이 사회주의가 아니라면, 이웃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어떤가? 2015년에 샌더스가 덴마크를 칭송하자, 당시 덴마크 수상이었던 라스 로크 라스무센(Lars Lokke Rasmussen)은 "덴마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는 전혀 다른, 시장경제"라고 말했다. 노르버그와 점심식사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나는 핀란드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토(Sauli Niinisto)에게 핀란드가 사회주의 국가인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죠. 하느님께 감사할 일입니다." 노르웨이도 비슷하다. 게다가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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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버그는 인터뷰한지 며칠 후에 미국인들에 대한 경고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세계의 정상입니다. 모든 것을 이루었고, 사회주의와 보호주의를 실험해도 될 충분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정점에 있기 때문에 자해하는 실수를 할 여지도 많습니다. 스웨덴이 1970년에 정확히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국가가 거의 파괴될 뻔했고, 되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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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