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22. 13:05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30423 (2019.8.30)

원문기사는 여기로

 

8월27일자 워싱턴포스트 기사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은 일본과 체결한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파기했다. 2016년에 체결되어 이번 가을에 갱신될 예정이었던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은 한국과 일본의 원활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 문제는 아시아의 안보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지소미아(GSOMIA)는 -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에 관한 - 민감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통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이 직접 교환할 수 있는 통로다. 이 협정은 11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한일관계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식민지 시절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 책임을 일본 기업에 부과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일본은 7월초에 한국의 반도체와 전자산업에 필수적인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반격했고, 전략물자 교역에 있어서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역에서 일본에 대한 우대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역분쟁은 이제 군사 및 안보 분야로 확대되었고,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을 겨냥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키며,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 일본, 한국의 대응 능력을 저하시킨다.

또한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한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둘 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펜타곤은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불가 결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시했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 역시 동북 아시아의 안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일곱번 했다. 가장 최근의 시험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한 다음날에 이루어졌는데, "지소미아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공식발표 내용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안보문제를 평가절하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차장은 한국이 3자간 정보 공유 협정(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TISA)을 통해 한미일간 정보 공유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티사(TISA)의 경우 정보 공유는 각 사안별로 공유 여부를 검토하게 되므로 급박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시간 지연으로 인하여 비싼 대가를 치룰 수도 있다.

외교와 안보분야의 손실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여당인 민주당은 반일정서를 부추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을 지도 모른다. 7월 22일에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1.8퍼센트로 지난 8개월중 최고치였다. 진보 진영의 한겨레 신문은 지지율 상승이 청와대가 일본에 당당히 맞섰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8월 3일에 SA컨설팅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 대해 응답자의 50.9퍼센트가 찬성했고 45.5퍼센트가 반대했다. 같은 조사에서 더 많은 응답자가 이러한 상황이 결국은 일본보다 한국에 더 큰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울에서는 반일 집회와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일식당과 유니클로 등 소매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문재인 정부는 반일과 지소미아 파기를 국익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은 청와대의 발표를 지지하면서 이 결정은 국익과 국민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한겨레 신문도 "갈등을 부추긴 일본이 먼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의 타협 시도에 호응하지 않은 일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소미아 갱신 시한이 다가오고 반일정서가 고조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았던 협정을 폐기할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2012년에 협정 무산에 일조했으며 2016년에 협정이 체결될 때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창 물의를 일으키고 있던 2016년 11월에 체결되었는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위기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서둘러 협정을 체결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정당들과 달리,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성향 정당들은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하고 일본을 더 의심한다. 국가안보와 외교 분야에 대해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보는 시각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랐을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물의를 빚은 사건으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논란의 중심엔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조국이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고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학중인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여러 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학사 관련 특혜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심각한 죄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여러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항의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과 측근에 의한 부패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들이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야기한 - 최순실 사태를 능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의도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어쨌든 지소미아는 문재인 정부에게 "꼬리로 개를 흔들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일본, 미국은 긴밀한 정보 공유를 필요로 하는 공동의 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설상가상으로 7월에 러시아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의 조치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이 문제들에 대한 봉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이제는 전문가들조차 한일관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군사정보 공유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렇게 불편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아래와 같은 배경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인 추정이라는 점에 유의.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미국은 이미 긴밀하게 군사정보를 공유해 왔을 것이다. 이 정보공유 체계를 한단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당연한 귀결인데, 한국과 일본 사이에도 군사정보 공유 체제를 구축해서 유사시에 미국을 거치지 않고도 한국과 일본이 민첩하게 공동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응체제를 누가 주도해서 설계했을까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그건 바로 미국이다.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데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 나서서 서로 군사정보를 공유하자고 합의할 정도로 끈끈한 혈맹은 아니기 때문에, 양쪽에 모두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추진했을 것이다.

즉, 지소미아의 파기는 단순히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 중단이 아니라, 미국이 설계하고 구축한 한미일 3자 공동대응체제를 대놓고 부숴버린 것이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의 얼굴에 한꺼번에 먹칠을 해버렸기 때문에 양국이 동시에 비판하는 것이고, 미국의 비판 수위 또한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던 일본 입장에서는 난처할 것이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북한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쁠 것이고,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주한미군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결정이 한미동맹 자체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해석하며 분노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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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