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598044 (2017.5.11)
자기 자신이 실무에 유능한 것과, 부하와 동료의 힘을 모아 그들이 실무에 유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을 해 나가는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서 실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사람들이 기꺼이 움직여 줄 것이냐는 별도의 문제다.
실무에 유능한 사람이 관리자가 된 후에 부하직원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세우다가 조직이 무너지는 경우를 몇번 봤는데 과정은 다 비슷했다. IT/공학 분야만의 특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개인적으로 본 사례는 대략 아래의 순서로 망했다.
"내가 제일 똑똑하다"는 확신에 차 있는 엔지니어가 관리자로 승진한 후에, 실무 엔지니어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추진한다. 관리자는 자신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실무자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보다는 "내가 너보다 더 잘 아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입장을 보인다.
실무자는 처음에는 이런 저런 의견을 내 보다가, 결국 관리자의 무시와 간섭과 독선에 질려서 의견개진을 포기한다.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괜히 미운털만 박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해 보이므로 언제부터인가 아예 입을 닫는다.
문제는 이쪽 분야의 일이 생각 보다 빨리 변한다는 점이다. 관리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70%만 아는데 100%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한 사람이 100% 알기는 매우 어렵고, 관련된 여러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100%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해당 조직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유능한 실무자들부터 이탈하기 시작한다.
사람이 모자라서 충원을 해 보려고 하지만 이미 소문이 안 좋게 나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들어온 사람을 보면 다른 조직에서 개판을 치다가 오갈 데가 없어서 흘러오는 경우다.
만약 이런 상태가 되었는데도 관리자가 교체되거나 뭔가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조직은 암흑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다른 방식으로 망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나, "유능한 실무자"라는 평을 듣던 사람이 관리자가 된 후에 조직을 망치는 모습이 안타깝께 느껴져서 더 기억에 남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관리자의 의견이 설령 정말로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이었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작 그 일을 추진해야 할 위치에 있는 실무자들을 바보취급하거나 무시하면 이들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그 판단이 -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 조직 전체에 엄청난 이익을 줄 수 있는 천재적인 선견지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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