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15_총선2023. 4. 20. 16:20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37702 (2020.5.4)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에 조작이 있었다는 음모이론과 관련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아래의 링크로 가면 볼 수 있다.

사전투표 조작 등 근거 없는 의혹제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이번 총선 결과중에 유난히 희한한 양상이 나타나는 부분이 있어서(이전 게시물을 참고하자. 여기로) 나름 관심을 가지고 해명자료를 읽어 보았는데, 그동안 꽤나 다양한 종류의 의혹이 제기되었던 모양이다. -_-;

아무튼, 해명을 읽고 나름 흥미로운 점도 있었고 두어가지 부분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에 여기에 정리해 본다.

우선 QR코드 사용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당일에 투표에서 몰랐었는데,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에 QR코드를 사용했던 모양이다. 선관위 해명자료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전투표용지에는 막대모양의 바코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QR코드를 사용한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며, QR코드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수록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2차원 바코드(QR코드)는 사각형의 가로세로 격자무늬로 이루어져 2차원 막대부호라고 불리며, 1차원 바코드(선형)보다 진일보한 바코드로써 막대모양의 바코드에 해당합니다.

또한 2차원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위원회명, 일련번호 총31자리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정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2차원 바코드에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위원회명, 일련번호 총31자리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인정보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QR코드가 선형 바코드보다 진일보했다는 점은 맞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진일보했느냐는 것인데, 바로 저장용량의 증가다. 용지에서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넣을 수 있는 정보량은 선형 바코드보다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단지 31자리 수자를 저장하기 위해 사용하였으므로 더 많은 정보량을 위해서 QR코드를 채택했을 것 같지는 않고 자세한 이유는 일단 잘 모르겠다.

 

31자리 수자 이외에 다른 정보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선형 바코드와 달리 QR코드에는 오류  정정(error correction) 기능이 있다.  QR코드 공식 웹사이트에도 중요한 장점으로 부각되어 있는데, QR코드의 일부(오류 정정 수준에 따라 다르며 최대 30%)가 오염/손상되어도 원본 메시지를 복원할 수 있다.

이 장점을 음모이론적 관점에서 말을 좀 바꿔보자면 이렇게 될 수 있다. QR코드에는 오류 정정 기능이 있으므로, 일부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놓아도 - 오류 정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조작한다면 - 조작된 부분이 드러나지 않은 채 원본 메시지(여기서는 31자리 수자)를 그대로 복원할 수 있다. 조작한 부분은 조작한 사람만이 알테니 이 부분의 메시지를 읽으려면 여기에 대응하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QR코드를 읽어 봤더니 수자 31개가 나왔다는 사실을 가지고 다른 정보는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만약 31자리 수자 이외에 부가적인 정보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려면 실제 QR코드 생성에 사용된 어플리케이션을 정밀 분석하여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QR코드에 아무 손상이 없는 투표용지들이 QR코드 인식/처리과정에서 오류 정정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부분은 선거전용 통신망에 대한 내용이다. 해명자료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일부 유튜브 채널과 인터넷상에서 “선관위가 LG유플러스 장비를 사용하기로 결정, 중국으로 데이터가 전송되어 중국에 의해 사전투표가 조작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전투표통신망은 선거인명부 확인용으로 중앙선관위 전산센터와 각 사전투표소를 연결하는 전용 폐쇄망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유출․조작될 가능성은 없으며, 일반 인터넷망이나 무선통신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하여 구매한 사전투표 유․무선통신장비는 조달청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국내 사업자(LG유플러스)가 전량 국가표준(KS X 3264, 국립전파연구원고시 제2018-23호)에 따라 제작한 장비로 중국 화웨이 장비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해명자료에 언급된 KS X 3264 표준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KSX3264 - 통합명부를 사용하는 사전투표소의 통신 시스템 구축 표준

자료를 읽어보니, 사전투표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어 나름 흥미로웠다. 유권자가 사전투표소에 가면, 본인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스캔하고 중앙의 통합명부 시스템에서 해당 유권자를 확인한 후에 투표용지를 프린터로 발급하는 형태다. 통신 장애에 대비하기 위해 유선망과 LTE 무선망을 같이 사용하며, 인터넷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폐쇄망으로 구성한다.

KSX3264 기준으로 통신망을 구성했다면, LG유플러스에서 선관위에 납품한 통신용 장비는 LTE 접속기능과 유선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보유한 가입자 장비들과 유선망에 접속하기 위한 L3스위치 등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장비들은 선관위의 해명대로 화웨이에서 제작/납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해당 통신장비와 무선으로 연결된 LG유플러스 LTE 기지국에는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 있으므로, 화웨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또한 "전용 폐쇄망"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인터넷과 차단되어 있다거나 별도의 전용선을 임대한 것이 아니라 일반 인터넷에서 가상사설망(VPN)을 구성하고(유선망) 물리적으로 동일한 기지국/코어망을 사용하되 APN을 별도로 구성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무선망).

개인적으로 선관위가 일부러 선거 과정을 건드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저렇게까지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 김에 다방면에서 검토와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져서 사전투표와 관련된 투명성/공신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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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