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14. 09:06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23507 (2019.1.14)

원문 기사는 여기로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게재된 기고문인데,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듯하여 주요 내용을 여기에 옮겨 본다.


기후 과학자들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에 화석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 전체가 심각한 재난에 처할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인 동시에 산술적인 문제다. 그리고 해결책의 큰 부분은 원자력발전이어야 한다.

전기생산, 난방, 자동차와 비행기의 동력 등 세계 에너지의 80%가 화석연료로부터 나온다. 게다가 가난하던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화석연료의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에너지 효율의 개선을 통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탄소배출을 진정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훨씬 더 청정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 우리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 연간 100조kWh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 전체가 그 정도 규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이 목표치를 30년내에 달성하려면 매년 청정 에너지로 3.3조kWh 수준의 전력생산능력을 추가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 정도 속도로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엔진도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독일에서 시도했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장 야심적인 노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던 상황을 전 세계 수준으로 확장시켜서 계산해도 연간 0.7조kWh 추가할 수 있는 정도다. 필요한 3.3조kWh의 5분의 1 수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 전체가 독일과 똑같은 수준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나선다고 해도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는데 15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더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들은 여전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기는 했으나 석탄과 가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대한 직접적이고 안정적인 대체 수단이 되지 못한다.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상 조건이 좋을 때는 생산된 전력을 저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전력은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에 10억달러를 투자했던 빌 게이츠는 "모든 에너지 소비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한 풍력, 태양광, 수력 발전의 확대는 방대한 규모의 농지와 숲을 파괴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필요한 것은 탄소배출이 없으면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면서 현재 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는 대지 면적을 증가시키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다. 원자력발전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스웨덴과 프랑스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전을 건설하면서 GDP 대비 전력생산 증가 속도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증가 속도의 5배였다. 스웨덴의 전력생산량이 2배가 되는 동안 탄소배출량은 반으로 줄었다. 원전이 주력인 프랑스의 전기세는 독일 전기세의 절반(55%)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을 지지하지 않는 것인가? 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전력 업계는 원자력을 확대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중요한 원인은, 대다수 국가의 정책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현재까지 고안된 전력생산기술 중에 가장 안전하다. 특히 지금도 대기오염으로 수십만명의 조기사망을 야기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60년동안 원전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뿐이다. 이 사고로 60명이 사망했고 이후 저농도 방사능으로 인하여 수천명이 더 사망했다. 이것은 분명 심각한 사고다. 그러나 원전이 아닌 다른 발전소의 사고는 더욱 심각했다. 1975년에 중국에서 수력발전용 댐이 붕괴되어 수만명이 사망했고, 1984년 인도 보팔(Bophal)의 유니온 카바이드 발전소의 가스 누출 사고로 4천명이 사망했고 이후 1만5천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 사고를 가지고 수력발전과 가스화력발전 전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1979년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에서 사망자는 없었다. 2011년 일본에서 역사상 네번째로 큰 지진이 발생해서 쓰나미가 2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서 방사능 유출을 야기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방사능 노출로 인한 사망은 한명이었고 2016년에 사망했다. 반면에 대피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한 사망이 훨씬 더 많았다.

원자력발전은 아주 소량의 방사능이라도 극단적으로 위험하다는 전제하에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연평균 3~200mSv(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능을 받으면서 별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다. 관련 직업군에서 또는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수치는 연평균 50mSv 정도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200mSv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은 12명이었고 발전소 바깥쪽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누구도 50mSv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다. 아주 낮은 수준의 방사능도 측정하고 추적할 수 있으나 이렇게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능은 해가 되지 않는다.

원전 폐기물 역시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해결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석탄을 비롯한 다른 발전수단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비하면 그 부피는 매우 작다. 미국인 한명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을 원전에서 생산한다면 탄산음료 캔 하나에도 못미치는 양의 폐기물이 생성된다. 지난 60년간 미국 원전 전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축구장 하나 정도의 면적에 20피트(약 6m) 높이로 쌓아 놓을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이 폐기물을 원전 근처에 콘크리트로 만든 저장공간에 보관하며(방사능은 콘크리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100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현재 설계중인 차세대 원자로에서 재활용하거나 영구매장할 수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모든 이유를 다 가져와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비교하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과도한 공포심일 뿐이다.  

원전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확대한다면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발전 방식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한국은 동일한 설계를 기반으로 원전 10기를 건설했는데 이미 화력발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려는 노력이 수많은 규제로 인하여 비용 증가와 시간지연을 야기했다. 그러나 향후에 표준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제작한다면 다른 발전방식보다도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백개의 원전을 지으면 청정 에너지에 대한 방대한 규모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기후 참사를 막으면서 개발도상국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청정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은 원자력 발전이다. 현재 산술적으로 앞뒤가 맞는 전략은 이것뿐이다.


참고로,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을 병행하는 바람에 석탄화력발전을 늘려서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증가했고, 1975년 중국의 댐 붕괴로 발생한 사망자는 17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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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