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21185 (2018.11.3)

아래의 매우 단순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유능한 갑돌이의 사례다.

갑돌이는 열심히 공부하던 중에 아주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상품화하기만 하면 엄청나게 잘 팔릴 것 같다. 어디에서 회사를 시작할까 검토하는 과정에서 후보지는 A와 B 2개의 지역(국가)로 압축되었다. A지역과 B지역은 시장규모는 비슷하나 아래와 같은 차이점이 있다.

A지역: 소득의 10%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복지 혜택은 미약한 편. 고용과 해고는 자유로운 편.

B지역: 보편적 복지와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위해 소득이 특정 수준을 넘을 경우 50%까지 올라간다.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며 한번 고용하면 해고는 매우 어려운 편.

자, 갑돌이는 둘 중에 어느 지역에서 회사를 세워서 사업을 키우려고 할 것인가?

과도하게 단순화시킨 측면도 분명히 있고, 실질적으로는 A지역의 성향과 B지역의 성향을 적절한 선에서 절충해야 하므로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의 상황에서 갑돌이가 근본적으로 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겠다고 굳이 회사를 세우고 직원까지 고용할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본다면 위의 질문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왜 구글을 창립했을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왜 애플을 창립했을까?

제프 베조스는 왜 아마존을 창립했을까?

사람들은 왜 창업하여 직원을 고용하고 회사를 키우려 하는가?

여러가지 이유와 명분이 있겠지만,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 시장에 내 놓으면, 남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워낙 크므로, 실패할 때 감당해야 하는 상당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덤벼들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한다고 욕을 많이 한다. 복지부동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놔도,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켜도,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엄청난 땀과 노력을 보상해줄 만한 고속승진이나 파격적인 성과급이 없다. 게다가 그냥 예전부터 하던 일만 성실히 해도 때가 되면 그럭저럭 승진이 되고,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있기만 하면 해고될 일이 없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일할 것 같은가?

다같이 잘살자는 이유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가 남들보다 월등하게 많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과도하게 억제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들을 공무원식 관료제도에 묶어 놓는 셈이 된다. 이런 현상이 심하게 벌어질 경우, 천재적인 사람은 그 천재성을 썪히면서 적당히 게으르게 살거나 또는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중국이 자본주의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이 미친듯이 회사를 세우고 경제성장을 하면서 빈부의 격차도 미친듯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루 먹고 사는 것도 힘들어 전전긍긍하던 극빈자의 수가 미친듯이 줄어들었다(극빈층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이전 게시물을 참고하자. 여기로).

나보다 잘 사는 놈들 꼴을 보느니 그냥 다같이 굶으면서 거지꼴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분노에 치를 떠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으나, 내 생각엔 나보다 뛰어난 천재들이 탁월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서 그 대가로 내가 상상도 못할 수준의 떼돈을 벌고 있는 동안 나는 그들이 만들어낸 상품과 서비스의 덕을 보면서 사는 것이 훨씬 낫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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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