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기독교인은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계의 내부 분위기라던가 그런 것들은 솔직히 전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을 읽어 보았기 때문에 - 기독교인들의 사고방식과 성경의 내용이 합치한다는 전제하에 - 그 내용을 기반으로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적어도 외연적으로 볼 때 좌파의 주축은 사회주의자들이고 우파의 주축이 기독교인들이라는 것 정도는 누가 보아도 눈에 띌 것이다.
일단 시작부터 양쪽이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 자명해 보이긴 한다. 사회주의는 이상주의와 휴머니즘 같은 그럴 듯한 용어로 표장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마르크스-레닌 주의에 있고 기본 전제 자체가 무신론과 유물론이다. 따라서 종교 자체를 배척한다. 꼭 기독교가 아니라도, 좌파를 지지하면서 종교인이라는 것은 일단 모순인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들은 진짜 종교인이 아니거나 진짜 좌파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인이 종교를 배척하는 사상에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성경중 상당히 길이가 짧은 축에 속하는 "Ephesians(에베소서)"의 일부 내용을 보면, 물질주의, 남녀평등, 계급투쟁과 같은 것들과 180도 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phesians는 폴(Paul)이 에페수스(Ephesus)에 있는 교회에 보낸 편지다. 일부 내용을 여기에 의역해 본다.
For this you know, that no fornicator, unclean person, nor covetous man, who is an idolator, has any inheritance in the kingdom of Christ and God. Let no one deceive you with empty words, for because of these things the wrath of God comes upon the sons of disobedience. (Eph 5:5~6, NKJV)
당신들이 알다시피, 성적으로 문란한 자, 깨끗하지 않은 자, 탐욕하는 자는 우상숭배자이며 이들은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왕국을 절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로 인하여 하느님께 불복하는 자들에게 하느님의 분노가 올 것이니, 그럴 듯한 거짓말에 속지 마십시오.
Wives, submit to your own husbands, as to the Lord. For the husband is head of the wife, as also Christ is head of the church; and He is the Savior of the body. Therefore, just as the church is subject to Christ, so let the wives be to their own husbands in everything. Husbands, love your wives, just as Christ also loved the church and gave Himself for her, that He might sanctify and cleanse her with the washing of water by the word, that He might present her to Himself a glorious church, not having spot or wrinkle or any such thing, but that she should be holy and without blemish. So husbands ought to love their own wives as their own bodies; he who loves wife loves himself. (Eph 5:22~28, NKJV)
아내는 주님께 순종하듯이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스도가 교회의 수장(首長)인 것처럼 남편은 아내의 수장입니다. 또한 그(그리스도)는 육신의 구원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듯이 아내는 모든 일에서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자신을 희생하셨듯이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그리스도)는 그녀(교회)를 깨끗하게 하고자 말씀으로 씻어주셨으니, 그렇게 하여 흠이 없고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교회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남편은 자신의 육신처럼 아내를 사랑해야 합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Childrens, obey your parents in the Lord, for this is right. "Honor your father and mother", which is the first commandment with promise: "that it may be well with you and you may live long on the earth." And you, fathers, do not provoke your children to wrath, but bring them up in the training and admonition of the Lord. (Eph 6:1~4, NKJV)
자식은 주님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니, 이것이 올바른 일입니다. 약속과 함께 있는 첫번째 계명이 이것입니다. "너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공경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너에게 좋을 것이고 이 땅에서 장수할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식의 분노를 돋구지 말고 주님의 경고와 훈육 안에서 자식을 키우십시오.
Bondservants, be obedient to those who are your masters according to the flesh, with fear and trembling, in sincerity of heart, as to Christ; not with eyeservice, as menpleasers, but as bondservants of Christ, doing the will of God from the heart, with goodwill doing service, as to the Lord, and not to men, knowing that whatever good anyone does, he will receive the same from the Lord, whether he is a slave or free. And you, masters, do the same things to them, giving up threatening, knowing that your own Master also is in heaven, and there is no partiality with Him. (Eph 6:5~9, NKJV)
종들은 마치 그리스도에게 두려움과 떨림으로 진심으로 순종하듯이 주인에게 순종하십시오. 아첨꾼들이 겉으로만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진심으로 행하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그렇게 하십시오. 종이냐 자유인이냐에 상관 없이 선한 일을 하는 자는 주님으로부터 그와 동일한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주인 또한 종을 위협하지 말고 마찬가지로 대하십시오. 당신의 주인(하느님)이 하늘에 계신다는 것을, 그 분은 편애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아십시오.
For we do not wrestle against flesh and blood, but against principalities, against powers, against the rulers of the darkness of this age, against spiritual hosts of wickedness in the heavenly places. Therefore take up the whole armor of God, that you may be able to withstand in the evil day, and having done all, to stand. (Eph 6:12~13, NKJV)
우리는 피와 살을 지닌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권천사들(principalities), 역천사들(powers), 이 시대의 어둠을 지배하는 존재들, 하늘에 있는 사악한 영적인 주인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악한 나날을 견딜수 있도록, 모든 것을 행하고도 쓰러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전신갑옷을 입으십시오.
내용을 찬찬히 살펴 보면, 소위 "현대적인" 또는 "진보적인" 사고방식이 사실상 기독교와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을 표방하고 있으며,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후에 타락한 천사들과 악마들이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상당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위의 문구들은 방대한 성경의 극히 일부이지만, 성경의 다른 부분들도 전체적인 내용이 위의 내용과 모순되지 않으므로, 위의 예시를 성급한 일반화로 간주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성경 전체를 다 가져오면 좌파 이데올로기에 반대되는 내용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가 읽어본 바로는 그렇다.
다른 종교인들도 결국에 가서는 이 문제를 만나겠지만, 적어도 일부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인지 - 즉, 기독교인이기를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버틸 것인지 -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모두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솔직히 주변에서 본 소위 기독교인들 중에는 교회에도 나가고 스스로도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만, 성경을 실제로 읽어본 본 적이 없고 성경에 위와 같은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으며 물질주의/남녀평등/계급투쟁에 100% 충성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된다. 그러므로, 기독교계 안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대립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은 궁극적으로는 신학적 충돌이고, 핵심은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신봉하는 무신론자들과 기독교인들의 전쟁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마르크스-레닌 주의자들은 궁극적으로 기독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를 파괴하고자 할 것이나, 현 시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여 저항의 최전선에 나선 것이 기독교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