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16. 13:58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28772 (2019.7.2)

원문기사는 여기로

 

미국 시애틀에서 일하는 식당종업원이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쓴 글이다.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일이 벌어지는 인과관계와 맥락 측면에서 최저임금 상승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몰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사례인 듯하여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최저임금 15달러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내가 일하고 있는 시애틀에서 최저임금 15달러의 유토피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나는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등지를 포함해서 거의 33년 동안 풀-서비스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중에 최근 17년 동안은 시애틀에서 팁을 받으며 종업원 일을 했다. 현재(이 기고문의 게재 시점은 2018년 12월 12일) 시간당 최저임금은 15달러이며 내년(2019년)에는 16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이에 따라 나의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내 수입은 줄어들고 있다.

우선 이쪽 업계의 상황이 조금 다른 이유부터 설명하겠다. 시애틀을 포함한 몇몇 지역에서는 팁으로 받는 금액이 시간당 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 하면, 풀-서비스 레스토랑에서의 최저임금 상승은 사업주에게 그대로 임금상승 압력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3~5퍼센트 수준의 적은 이익률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의 상승은 그만큼 운영에 부담이 된다. 이러한 부담은 사업주로 하여금 어려운 결정을 하게 만드는데,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또는 폐업을 하는 것이다.

시애틀에서 최저임금이 15달러가 되자, 일부 식당은 팁을 받는 방식을 변경했다. 나의 고용주는 식당을 유지하기 위해 팁을 없애고 봉사료(service charge)를 청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봉사료에서 내 몫으로 받는 14퍼센트는 예전에 팁으로 받던 20퍼센트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에 나의 실수입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게다가 나의 업무는 이제 더 이상 전문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평범한 영업직이 되었다. 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서 많은 팁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메뉴에서 가장 비싼 음식을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팁을 받던 시절에 나는 주4일 근무로도 아들 하나를 키우고 집세를 내고 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15달러 최저임금 덕분에 주6일 근무를 하면서 간신히 먹고 사는 형편이다.

최저임금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다. 내 친구들 중에도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직장을 잃은 사람이 많다. 내 친구 하나가 일했던 식당은 사업주가 더 이상 인건비를 견디지 못하고 시애틀을 떠났다. 또 다른 친구가 일했던 식당은 아예 폐업해 버렸다.

높은 최저임금을 책정하면서 통상 주장하는 내용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시애틀의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팁을 받는 종업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수입이 줄어들어서 결국 최저임금만큼 밖에 못 버는 상황으로 가는 중이다. 할 수만 있다면 과거 인디애나폴리스의 소위 "저임금 시장"으로 기꺼이 되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그 당시에 지금보다 더 많이 돈을 벌었고 더 행복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글쓴이가 일하는 식당에서 고육지책으로 팁을 없애고 음식값의 일정 비율을 봉사료로 별도 징수한 후에 이것을 고용주와 종업원이 나눠가지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는 음식값의 20퍼센트 정도를 팁으로 받았지만 이제는 봉사료에서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 돈이 음식값의 14퍼센트로 감소하여 실수입이 감소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음식값으로 100달러를 지불할 때 종업원이 20달러를 팁으로 받았는데(이 경우 고객은 음식값 100달러와 팁 20달러를 합해서 총 120달러를 지불한다), 이것이 이제는 14달러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매출액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이 종업원의 수입은 무려 30퍼센트나 감소했다는 얘기가 된다.

연봉 많이 받으면서 주5일 근무하는 재벌기업 정규직 노조원들은 별 관심 없겠지만, 적은 이익률로 근근히 살아가는 소규모 업체에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제한 등 - 갑작스럽게 인건비에 대한 압력을 행사할 경우 종업원들의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고 실업과 폐업이 속출하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소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생각했던 내용이 현실과 아주 동떨어지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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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내용은 본문과 관련하여 시애틀 식당의 문제가 최저임금이 아니라 "기형적인" 팁문화 때문이라는 취지의 댓글이 달리면서 이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위의 내용과 연결하여 참고가 될 듯하여 옮겨 둔다. 

팁의 기준은 음식값의 15%~20% 정도이며 많은 경우 계산서에도 안내 사항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만약 종업원이 정말 친절하고 서비스가 고객감동이면 더 주기도 합니다. 드물긴 하지만 돈 좀 있는 사람들 중에는 종업원의 친절에 감동해서 오히려 음식값보다 더 큰 금액을 팁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반대로 종업원의 서비스가 영 별로이면 팁을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까 15%보다 더 적게 주는 경우도 있고요.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는 종업원일수록 단골 고객이 생기죠. 고객이 특정 웨이터를 불러서 서빙을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미국 여행이나 출장 갔을 때 경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미국에서 규모가 작더라도 종업원이 서빙을 해 주는 풀-서비스 레스토랑에 가면 종업원들이 상당히 친절하고 싹싹하게 응대해 줍니다.

영업사원이 기본급은 적지만 판매량에 비례해서 성과급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본문의 웨이터 혼자가 아니라 미국의 웨이터들이 다들 그렇게 해서 돈 열심히 벌고 있고요. 성과에 비례해서 돈 받는 것을 기형적이라고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 웨이터들이 비인간적으로 착취 당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문화적인 차이 내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로 보이는군요.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면 사람이 부족해져서 임금은 자연스럽게 상승세를 타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는 상황도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과도한 인건비 상승 압력을 가하면 당연히 이익률이 낮은 중소업체들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팁을 받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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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