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21. 10:24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30388 (2019.8.29)

대형 마트 자율포장대에 비치된 빈 상자들을 보면서 고객 편의성과 자원 재활용을 동시에 잡은 묘안이라고 감탄했었는데, 장바구니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납품하는데 이미 사용한 종이 상자들을 고객들이 재활용하지 못하게 막을 예정이라는 뉴스가 나오니 어째 좀 황당하다 -_-;

아무튼, 그러던 중에 비슷한 맥락의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원문 기사는 여기로. 기사의 요지는 비닐 봉투보다 천가방이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덴마크 환경식품부에서 2018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닐 봉투, 종이 봉투, 에코백(천가방) 등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평가한 결과 에코백이 환경에 가장 큰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닐 봉투보다 에코백이 더 친환경적이려면 수천번 내지 수만번 이상을 재사용해야만 한다.

위의 원문 기사에 보면 표가 하나 나오는데, 일회용 비닐 봉투와 비슷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재사용 횟수가 계산되어 있다. 비닐, 재생 비닐, 종이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결과가 나와 있는데 일단 종이와 직물만 보자면, 일회용 비닐 봉투를 대체하기 위해 종이백은 43번을 재사용해야 하고, 일반 천가방은 7천번, 유기농 면화를 사용한(organic cotton) 천가방은 2만번을 재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일회용 비닐 봉투 2개를 사용하는 사람이 비닐 봉투 대신 일반 천가방을 사서 대신 쓰기 시작했다면 이 천가방을 3500일 동안 사용해야 비슷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3500일이면 약 9년6개월 정도다(3500/365=9.58); 유기농 면화를 사용한 천가방일 경우엔 1만일 동안 사용해야 하므로 27년이 넘는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가방/봉투를 만들기 위한 원재료를 마련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도 포함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천가방 제조공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와 자원이 비닐 봉투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그만큼 환경에 더 악영향을 주게 된다. 대신에 내구성이 높아 일회용 비닐 봉투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 봉투보다 친환경적이냐에 대한 계산 결과인 셈이다.

만약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일회용 비닐 봉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천가방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될 경우, 이는 환경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에코백은 이름도 그렇고 겉보기엔 친환경 같지만 비닐 봉투를 대신해서 10년 넘게 재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하겠다고 숲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면서 친환경을 외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듯.

비닐이 쉽게 분해되지 않으므로 환경에 해롭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천가방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부분이 매우 크다는 점은 나 자신을 포함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만약 다른 필요성이 없이 단지 환경보호에 일조하겠다는 마음으로 에코백을 새로 살 생각이라면 그냥 그거 사지 말고 비닐 봉투를 최대한 재활용하면서 쓰는 것이 진정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다. 나 스스로도 앞으로는 이미 집에 방치되어 있는 일회용 비닐과 종이가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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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