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8. 24. 13:04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40077 (2020.7.16)

'노재팬' 진정?…일본산수입 감소율, 전체 수입감소율과 비슷

 

어제(7월15일)자 연합뉴스 기사다. 일부 내용을 발췌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올해 상반기 일본 제품 수입 감소세가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까지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관세청이 발표한 '6월 월간 수출입 현황 확정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은 220.0억달러(약 26조4천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억달러, 9.9%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율은 전체 수입 감소율(-9.0%)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충격이 나타나기 전인 1월만 해도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인해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작년 동월보다 21.8% 급감했다.

하지만 감소율이 2월에는 1.0%로 떨어졌고,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시점인 3월에는 1.9% 증가로 되레 반등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강타한 4월과 5월에는 다시 각각 13.9%, 16.5% 줄었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전개된 작년 하반기를 포함한 지난해에는 일본산 수입액 감소율이 12.9%로, 전체 수입액 감소율(6.0%)의 2배를 넘었다.
...


실제로 내 주변을 보아도 일본 불매는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본 제품을 사던 말던 거의 관심 없는 분위기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일제시대는 일본으로부터 식민통치를 받았던 시기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친일의 맥락과 형태도 일제시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에는 일본 정부가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조선인에게 공권력을 행사하였으므로, 싫던 좋던 감옥에 가거나 죽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본이 시키는대로 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반면에 현재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일제시대의 조선인과 달리 대한민국 국민의 친일행위는 대부분 강제가 아니라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친일행위의 중심은 경제에 있다. 이제는 시간이 꽤 지나긴 했지만, 예전에 일본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일본 불매운동"을 하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일본 제품/서비스에 지출하고 있는지가 결국 얼마나 높은 수준의 친일행위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펜텔 등 일본제 문구류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낮은 단계의 친일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몇천원)

일본에 우호적이라면 당연히 그만큼 돈을 더 쓰게 될텐데,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의 옷들, 건담 프라모델, 캐논/니콘/올림푸스 카메라, 닌텐도 스위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사는 것은 문구류보다는 좀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하겠다.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렵겠지만, 어쨌든 일본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몇백만원)

하지만 진정한 친일행위는 일본 자동차를 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혼다/토요타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단계 높은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더 좋겠다. (몇천만원)

작년에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유니클로 옷 사고 일본에 여행을 가면 친일 매국노라고 펄펄 뛰던 녀석들이 지금은 동물의 숲 때문에 다들 닌텐도 스위치를 샀고 그중 누군가는 최근에 렉서스를 새로 뽑았다기에 축하해 주기도 했었다.

 

사실 나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별로 없다. 두어번 갔던 일본 여행은 다 만족스럽고 즐겁게 다녀왔고 일본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 지금껏 깨진 적이 없다. 앞에서 언급한 이들도 원래는 나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작년에 갑자기 반일한답시고 그 난리를 치다가 올해 들어서는 슬그머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 당시에도 의심을 했었지만, 역시나 이들은 일본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단지 일본을 핑계 삼아 정의로운 척,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최근에 든 생각인데, 이것 말고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이 녀석들이 작년에 그 난리를 친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비난을 받을까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난히 난리를 치던 몇몇의 공통점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속칭 유리 멘탈이고) SNS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초월하여 악플과 비난이 난무하는 온라인 정글에서 남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불안하고 겁이 많이 났을까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말 한마디 똑부러지게 제대로 못하고 슬슬 눈치 보면서, 그리고 온라인에서는 SNS에 붙잡힌 채 만난 적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눈치를 보면서 일희일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좀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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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