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7. 24. 12:06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03260 (2017.8.20)

며칠전에 쓴 뇌내망상에 이어 또 다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 올라 하나 더 적어 보기로 했다. 뜬금 없이 갑자기 김정은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으로 보건대 내가 의외로 요즘 이런 종류의 걱정을 좀 하고 있나 보다.

 

북한 김정은으로 빙의 시작. 역시 이번에도 싱크로 100%는 당연히 불가능. 남조선 사투리로 간다.

나는 김정은이다.

내 소개는 생략하겠다. 지난번에 했잖아.

핵ICBM 완성을 위해 미국과 시간 질질 끌기 작전을 한창 수행중이지만,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므로 핵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는 가정하에 이번에는 좀 더 미래지향적인 주제, 적화통일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핵미사일을 가지는 순간 북조선 왕조의 미래는 확실히 보장되지만, 그렇다고 바로 그 길로 적화통일의 길이 탄탄대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고? 바로 미국 때문이지. 하여튼 과거나 지금이나 나중이나 미국놈들이 제일 문제다. 미국놈들이 남조선에 들어와 있으면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어도 이걸로 남조선을 협박하는게 제대로 안돼. 진짜로 쏴서 미국놈들이 죽으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리 없잖아. 재래식 무기로 도발하는거야 연평도처럼 미국놈들 없는 동네만 골라서 폭격하면 되지만 핵미사일은 살상범위가 좀 커야 말이지.

우리가 남조선 다루기가 제일 골치 아플때가 언제인줄 아냐? 한미관계가 돈독해서 얘네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같이 움직일 때다. 이렇게 되면 남조선을 상대하는게 미국을 상대하는 거랑 비슷해져. 말도 안 듣고 거짓말도 잘 안 통하고 돈도 잘 안 나오고 일이 아주 지저분해진다구. 반대로 남조선이 미국과 엇박자 내고 있을 때는 아주 일이 편해. 남조선 적당히 제껴버리고 미국만 신경 쓰면 되거든. 그 상태에서 남조선놈들에게 조금만 뭔가 들어주는 척하면 돈이 줄줄 나와. 편리하지!

남조선놈들은 의외로 쉽다. "통일" 하면 뭔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광명의 신세계가 열리는 뭐 그런 허황된 무지개빛 상상을 하는 이상주의자들이 많아서 속이기도 쉽고 이용해 먹기도 쉽다니까. 하지만 미국놈들은 달라. 한반도가 적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도 북남관계에 대해서 남조선놈들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생각하거든. 아주 눈엣가시야 이놈들이. 이놈들이 와 있는 한 적화통일은 어렵다. 반드시, 무조건 남조선에서 내보내야돼. 그게 통일의 시작이야. 맨날 얘기하잖아. 우리민족끼리!

쉽진 않지만, 그래도 전망이 아주 어두운건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지척에 미국과 엄청 돈독한 일본이 있거든. 미국 입장에서는 남조선이 동아시아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 남조선이 영 이상하게 움직여서 싹수가 노랗다 싶으면 굳이 큰 희생을 치루어 가면서 이걸 막느니 그냥 일본으로 물러나는 것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는 임계점이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할 것이다 이거지.

남조선의 상황을 이 임계점으로 가져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하는 놈들이 있는데, 바로 남조선 빨갱이들이다. 남조선에서 나고 자랐는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으로 우리 북조선을 숭배하는 녀석들 있거든. 뭐 이 녀석들도 나름대로 등급이 있어. 우리와 직접 교감하는 최고 지도부가 있고, 이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하부조직을 관리하는 중간 지도부가 있고, 그 아래는 자신들이 더 정의로운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줄로 착각하는 수많은 유용한 백치들이 있지. 얘네들은 자기네들이 북조선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조차 몰라. 우리가 장사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니고, 북조선의 이익에 대한 얘기는 안하거든. 오로지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이런 21세기적인 제목만 간판으로 걸어. 그러면서 모든 행위는 오로지 한가지 방향으로 귀결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 준다. 바로 한미동맹의 훼손. 한미동맹의 훼손에 기여하는 활동이야말로 적화통일운동의 핵심이거든. 이걸 정말 잘 해야돼. 눈치 챘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내보내는 대남 메시지도 다 남조선과 미국을 이간질하기 위한 목적이야. 우리가 장사 한두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이것도 대놓고 목적을 드러내진 않아. 적당히 뒤로 숨겨 놓지.

아무튼, 남조선놈들이 민족이 어쩌구 자주가 어쩌구 이러면서 제 발로 미국을 걷어차고, 미국놈들도 저런 놈들을 지키겠다고 돈과 군대를 퍼부은 우리가 멍청이지 이러면서 일본으로 발을 빼면, 핵미사일 등에 업고 고려연방제 시작하는 거야. 연방정부 만들기 시작하면 통일이 시작되는거지.

일단 연방의회가 남북 동수로 구성될 테니까 각자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남조선 대표 절반, 무조건 나에게 충성하는 북조선 대표 절반 이런식이거든? 이러면 그냥 우리 맘대로 다 가는거야. 남조선놈들 제각각 분열해서 헛소리할 때 우리가 쪽수로 밀어부치면 전부 다 우리 맘대로지 뭐 별거 있나. 게다가 핵미사일로 협박하는데 우리 말을 안 듣고 배기겠냐? 허우대만 연방일뿐이지 법을 우리 맘대로 고칠 거니까 결국 우리가 다 다스리게 되어 있어. 게임 끝이지.

뭐? 그 뒤로 후속단계가 더 있는것 아니냐구? 그래도 명색이 "통일"인데, 뭔가 진정한 통일국가로 나아가야 되지 않겠냐구? 그런건 모양새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별 의미 없다. 연방제가 적화통일의 시작인 동시에 끝이라니까? 생각을 해 봐라. 너 같으면 인터넷 맘대로 쓰면서 자유롭게 살아온 남조선놈들을 우리 북조선 체제에 적응시킬 수 있겠어? 이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얘기거든. 한류 드라마 밀수입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그런 놈들이 북조선 인민과 섞여서 같이 산다고 생각해봐. 지금도 쉽지 않은 우리 북조선의 세뇌교육이 유지가 되겠냐? 이건 절대 안되는 일이다. 그냥 남조선놈들은 남조선에 가둬놓고 외화벌이만 죽어라 시킨 후에 그 돈 우리가 다 가져다 쓰면 되는거야. 남조선에서 버는 돈으로 북조선의 왕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겉으로는 연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제식민지 시즌2 찍는거지. 이 모델이 유효하다는 것은 이미 구한말에 일본놈들이 다 증명해 줬어. 이걸 현대판으로 부활시키면 돼. 일본놈들은 미국이 던진 원자탄에 맞아서 식민 지배 종료 찍었지만, 우린 원자탄 맞을 일이 없어요. 우리도 핵미사일 가지고 있거든? 강성대국이다 이 그지깽깽이들아!

어때? 뭐 아주 나쁘진 않지?

소소한 반전이 하나 있는데, 뭐 별로 재미 없을 수도 있지만 기왕 말 나왔으니 얘기해 보자. 일단 남조선이 미국을 제 발로 걷어차서 적화통일의 기반이 마련되면 남조선에서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놈들이 있어. 당사자 제거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가족 단위로 한꺼번에 제거해야 된다.

원래부터 북조선을 증오하던 놈들은 별 문제가 안돼. 어차피 전국민 대상으로 감시해서 색출하면 되거든. 이건 원래 북조선 인민들을 대상으로 수십년동안 해 왔던 일이니까 큰 문제 없어. 이런건 우리가 전문가다.

진짜 적은 이놈들이 아니지. 우리에게 다가와 웃는 얼굴로 "동지"라고 부르면서, 그 동안의 공로가 있으니 이제부터 살금살금 권력의 지분을 나누어달라고 옆에 와서 비비적대는 놈들, 이놈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반드시 쳐내야 할 진짜 적이다. 누구 얘기냐구? 당연히 남조선 빨갱이들 얘기지. 남조선 출신이라 조기 세뇌교육도 안 되어 있는데다가 출신성분도 천한 놈들이 개국공신 행세하면서 감히 우리랑 같은 수준에서 놀고 싶어한다는게 말이나 되냐? 이건 아니지. 다 없애야돼.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전부. 내 부모가 개국공신인데 억울하게 숙청됐다 이런 생각할 여지를 남기면 안되니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으니,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서 반동분자로 몰아 싸그리 제거해야 된다. 이 작업은 한미동맹 해체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한미동맹 해체가 적화통일의 시작이라면, 남조선 빨갱이들의 제거가 적화통일의 완성이지. 화룡점정!

남조선 빨갱이들이 다 제거되면 남조선은 누가 관리하냐구? 그건 걱정하지마. 북조선에서 파견된 총독과 순사들이 관리할 테니까. 아까 얘기했잖아. 일제식민지 시즌2라구.

김정은 빙의 종료.

뇌내망상은 이쯤 하고, 다시 본연의 IT덕후로 돌아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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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