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7. 25. 11:48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06910 (2017.11.8)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대판 싸움이 났다는 얘기를 듣고 유튜브에서 좀 찾아보았는데, 정말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듯.

 

https://youtu.be/pcsZ0UpQlcc

링크한 유튜브 동영상의 2분 40초 정도부터 대략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백업하는 현 시점에서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같은 내용이 담긴 다른 유튜브 동영상을 아래에 링크한다. 본 게시글에 정리한 내용은 동영상 3분 30초 정도부터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yV2ud3T-Q94

 

전희경 의원: ... 전대협의 강령과 회칙을 보면, 전대협 강령 전문에는 미국을 반대하고 모든 외세의 부당한, 등등해서 반미,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 구현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 있는 많은 인사들이 이런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 전대협에서 얘기한 이 진보적 민주주의는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 판결, 통진당 해산 판결의 주요 이유였습니다. 이것이 북한식의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 전혀 입장 정리도 안되신 분들이 청와대내에서 일을 하시니까 인사참사 발생하고... 사회부총리는 더 심각합니다. 이 분은 온통 반대한민국적인 주의와 주장으로 점철된 길을 걸었고...

이런 식으로 발언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요약하자면 청와대에 다수의 전대협 출신 주사파가 진을 치고 있고, 사회부총리 역시 같은 부류이며,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은 북한의 대변인 수준이라는 취지다.

여기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답을 하기 시작한다.

임종석 실장: 의원님 말씀 매우 유감입니다. 제가 5공화국 6공화국때...

의원들 사이에 고성으로 말싸움이 오간다.

임종석 실장: 전희경 의원님 말씀에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5공화국 6공화국때 정치군인들이 광주를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할 때에 제가 의원님께서 어떻게 사셨는지 살펴보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의원님께서 거론하신 대부분의 그 사람들이 인생을 걸고 삶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의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로 부끄럽게 살지 않았습니다.

의원들 사이에 다시 고성으로 말싸움이 오간다.

임종석 실장: 그게 질의입니까? 그게 질의입니까 그럼? 매우 유감입니다. 국민의 대표답지 않게 질의하니까 그렇죠! ... 충분히 국회를 존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답변해 왔습니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계속 고성으로 말싸움이 오간다. 결국 간사가 나서서 의원들을 말린다.

박홍근 간사: ...답변을 짧게 하시고 나서 의사진행발언을 드릴테니까요. 답변을 마저 짧게 두분께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여기서, 예상 밖의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임종석 실장: 더 답변할 필요는 느끼지 않습니다.


전희경 의원의 질문은 사실상 "당신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역자들 아니냐?"라는 엄청난 공격인데, 임종석 실장은 여기에 대해 조목 조목 반박을 해도 모자랄 판에 "유감이다, 우리는 5공/6공때 목숨 걸고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냐?"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더니 정작 전희경 의원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반론은 포기해 버린 것이다. -_-;

상대의 주장에 대해 화만 내고 구체적인 반론이 없으면 결국 그것은 상대의 주장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된다. 지금 이 상황이 상대의 주장이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답변자가 과음이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또는 낮은 지능으로 인하여 제대로 반론하지 못하는 경우는 분명 아니다. 동네 술집에서 취객들끼리 벌어진 말싸움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야당 의원과 비서실장 사이에 벌어진 말싸움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_-;

청와대에 들어가 있는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아직도 김일성을 숭배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딱히 없다. 어쩌면 이미 다 청산하고 지금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갑돌이라는 인물이 있다. 갑돌이는 과거에 주사파였다. 이 갑돌이가 언론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로부터 "너, 주사파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갑돌이는 이제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첫번째로, 갑돌이가 과거에는 주사파였으나 지금은 아니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냥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한때 주사파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간단하다.

두번째로, 갑돌이가 여전히 주사파라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는 일이 좀 복잡하다. 갑돌이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만약 주사파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면 이 방송을 보고 있는 북한정권과 간첩과 다른 주사파들이 갑돌이를 배신자/변절자로 간주할 것이다. 반면에, 만약 주사파 맞다고 말해버리면 국가 반역자 인증이므로 이후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뻔하다.

카메라 앞에서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명확하게 대답을 하는 대신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강변하면서 질문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논점을 흐린 뒤에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이 결국 그나마 가장 안전한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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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