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_잡담2023. 7. 31. 14:53

 

반달가면 이글루에서 백업 - http://bahndal.egloos.com/611136 (2018.2.11)

 

 

첫번째 캡처는 김일성/김정숙/김정일 가족사진(프리미엄 조선).

두번째 캡처는 이번에 북한 응원단이 사용한 소위 응원용 가면(뉴스엔).

이 응원용 가면이 "김일성 가면"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통일부에서 여기에 대한 해명자료를 공개한 모양이다. 처음엔 김일성 가면이 아니라 "탈춤용 가면과 유사한 미남 가면"이라는 내용이 있었다가, 나중에 이 부분만 삭제(머니투데이).

 

 

몇가지 추측을 해 보자면 이렇다.

북측에서는 스스로 절대 그 가면을 "김일성 가면"이라고 칭할 수 없다. 북한에서 김일성은 영화배우 이름처럼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수 없는, 그야말로 "성스러운" 이름이기 때문이다. 굳이 김일성을 넣으려면 김일성 가면이라는 명칭으로는 안되고 "경애하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가면" 정도는 해 주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긴 이름은 실용성이 떨어지므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사용한 짧은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미남 가면" 정도면 매우 적절하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김일성 본인이 사실 꽤 미남이다.

김일성은 북한에서 국가를 세운 장본인인 동시에 인간을 넘어선 신(神)적인 존재이므로, 김일성의 얼굴은 인공기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닐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종이에 그려서 들고 응원을 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엽기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북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의 얼굴이 김일성 초상화 자체는 아니지만 의미상 김일성을 상징한다는 전제를 한다면 말이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때 국민배우 안성기의 사진을 들고 응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왜냐하면 배우 안성기는 국가를 상징하지 않지만, 태극기는 국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북한 응원단의 가면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통일부의 해명에서 미남 가면 부분이 나중에 삭제된 이유는 "미남 가면"이라는 명칭 때문이 아니라 "탈춤용 가면과 유사하다"는 표현 때문일 것 같다. 김일성을 상징하는 가면을 감히(?) 탈춤에서 쓰는 탈에 비유했으니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모욕이 될 것이다.

어쨋든, 위의 추측이 크게 무리가 없다면 결론적으로 이것은 매우 짜증나는 일이다. 일본 응원단이 히로히토 사진을 들고 나와서 응원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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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반달가면